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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워싱 기준이 나왔다, 협찬 콘텐츠의 'AI 고지'는 누구의 일인가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10월 22일부터 11월 11일까지 'AI 관련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AI를 쓰지 않고 쓴 것처럼 광고하는 'AI 워싱'과 AI로 만든 가상 인물·후기를 밝히지 않는 광고의 판단 기준을 사례와 함께 담았다. 의견 접수 마감을 열흘 앞둔 지금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광고주가 아닌 협찬 콘텐츠 제작자와 대행사는 이 기준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1. AI 워싱: '있다'고 말하려면 '무엇이 있는지' 보여 줘야 한다

법률신문과 아이뉴스24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표시광고법에 AI 정의가 없어 인공지능기본법 제2조를 준용했다. AI 해당 여부는 탑재 형태나 학습 시점이 아니라 학습·추론·판단 기능이 실제로 있는지로 가른다. 온도센서 값에 따라 풍량을 바꾸는 단순 센서 제어나 임계값 기반 자동 조절은 AI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반대로 사전 학습만 하고 재학습 없이 추론하는 온디바이스 AI는 AI에 해당할 수 있다.

표현의 범위도 다룬다. AI가 제품의 주된 기능과 연결되는지를 보는 '주된 기능 연계성 원칙'이 그것이다. 절전 같은 부수 기능에만 AI를 썼다면 'AI 절전 세탁기'처럼 적용 범위를 제품명 가까이에 붙여야 한다. 외부 AI를 가져다 쓰면서 자체 개발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점검 항목에 들어 있다.

필자는 이 기준이 '무엇을 AI라고 부를 수 있나'보다 '어떤 문구가 소비자에게 무엇을 약속하는가'를 묻는다고 읽는다. 크리에이터가 제품 소개 영상에서 "AI가 알아서 해 준다"고 말할 때, 그 한마디가 광고주의 표시와 별개로 소비자에게 닿는다. 협찬 대본을 받는 쪽도 제품의 AI 주장이 어느 범위인지 확인하는 일이 업무에 들어온다.

2. 가상 인물과 후기: 만든 쪽이 밝히고 증명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의 문제의식은 소비자 피해에서 출발한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AI로 만든 가상 인물·후기,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과장 광고가 식품·의약품 분야를 중심으로 SNS에서 빠르게 퍼져 노년층 피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이드라인 사례 16건 중에는 가상 전문가 추천 식품과 딥페이크 유사투자자문이 기만 유형으로 실렸다.

입증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 법률신문은 AI 기술 적용 여부, 학습·추론 기능, 성능 수치, 비교 우위 등에 관한 입증책임이 사업자에게 있다고 전한다. 개발·학습·운영 기록과 성능 시험 결과를 미리 마련해 두라는 조언도 있다. 같은 기사는 AI로 광고 문구나 사용 후기를 만드는 경우도 AI를 광고 수단으로 쓰는 표시·광고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부터는 필자의 해석이다. 입증이 사업자의 몫이라 해도 후기와 가상 모델은 대개 제작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도구로 무엇을 생성했는지 기록이 없으면 광고주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 협찬 콘텐츠의 제작 기록이 광고주의 방어 자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구속력 없는 해설서가 실무 기준이 되는 경로

공정위는 이 가이드라인이 AI 광고에 일반 상품보다 강화된 의무를 새로 지우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실성·완전성·공정성·실증가능성이라는 기존 원칙을 AI 사례에 맞춰 설명했다는 것이다. 아이뉴스24는 체크리스트를 지키지 않은 것만으로는 법 위반이나 처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제재는 기존 표시광고법의 실증 요구와 과징금 체계에 기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2025년 5~7월 온라인몰 7곳을 점검해 AI 과장광고 20건을 시정했고, 당시 조치는 문구 수정에 그쳤다. 앞으로 심결례가 쌓이면 해설서의 사례가 판단의 잣대로 굳을 수 있다. 공정위도 심결례 축적과 기술 변화에 맞춰 주기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인식도 배경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11월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9%가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면 더 비싸도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더 낼 수 있다는 금액은 평균 21%였다. 필자는 'AI'라는 단어가 구매를 움직이는 만큼 협찬 콘텐츠에서도 쉽게 쓰이고 쉽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 전에 계약과 제작 절차를 먼저 손보는 쪽이 비용이 적다.

실무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첫째, 협찬 제품의 AI 주장을 받으면 근거 자료를 함께 요청해야 한다. AI 적용 여부, 작동 조건, 성능 수치를 광고주가 어떻게 증명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광고주가 자료를 내지 못하는 문구는 영상 대본에서 빼거나 수위를 낮추는 편이 안전하다.

둘째, 작동 조건과 한계를 주된 문구 가까이에 붙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이뉴스24가 소개한 로봇청소기 사례는 전용 앱을 연동해야 AI 모드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개선안은 앱 미연동 시 기본 기능만 작동한다는 문구를 주된 문구 바로 옆에 적도록 했다. 영상에서도 자막과 설명란에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셋째, AI로 만든 모델, 후기, 음성, 전문가 연출은 사용 사실을 계약서에 적고 제작 기록을 남겨야 한다. 어떤 도구로 무엇을 생성했는지, 실제 이용 경험에 기반한 내용인지를 구분해 보관한다. 특히 식품·화장품·의약품은 AI 가상 전문가의 추천·보증이 개별법 개정으로 금지된다고 아이뉴스24가 전했다.

넷째, 확인·인증을 면책 수단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가이드라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 제품·서비스 확인제나 'AI+' 인증의 심사 자료를 AI 활용 사실의 유력한 실증자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것이 면책이나 성능 주장의 실증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의견 마감일인 11월 11일 전에 업계의 실무 사정을 담은 의견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맺으며

협찬 콘텐츠의 AI 고지는 광고주만의 일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기록을 남기고 문구를 걸러 내는 제작자와 대행사의 일이기도 하다. 가이드라인에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은 준비를 미뤄도 된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입증책임이 사업자에게 있는 구조에서는 제작 기록이 곧 방어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 초안이 확정되면 AI 표기는 크리에이터 산업에서 선택적 배려가 아니라 계약과 제작 절차의 기본 항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필자의 전망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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