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기는 크리에이터는 누구인가 — 제품 전략에서 배우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본질

13 May 2025

결국 이기는 크리에이터는 누구인가
— 제품 전략에서 배우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본질

크리에이터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곧 나라는 사람을 하나의 브랜드로 설계하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팬과 연결되도록 운영하는 일이다. 최근 SNS 기반 앱 ‘Retro’의 공동 창업자 네이선 샤프(Nathan Sharp)의 강연은 이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페이스북 데이팅 기능을 만든 제품 매니저이자, Meta에서 제품관리 디렉터를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은 ‘친구 중심의 비공개 SNS’를 개발하며 전혀 다른 방식의 사용자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그의 제품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크리에이터 개인 브랜딩과 맞닿아 있다.
네이선 샤프는 제품을 만들기 전, 반드시 ‘우리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경쟁사 분석이 아니라, 이긴다는 개념을 스스로 정의하고, 경쟁의 범위를 새롭게 설정하며, 무엇이 성공인지 스스로 합의하는 과정이다. 크리에이터에게도 같은 질문이 유효하다. 내게 ‘이긴다’는 건 무엇인가? 구독자 수일까, 수익일까, 혹은 팬들과의 깊은 연결일까.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전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쟁자는 꼭 다른 크리에이터가 아닐 수도 있다. 사용자의 시간과 감정을 빼앗는 모든 것이 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 넷플릭스, 스크롤의 유혹조차도 말이다.
또한 그는 미션, 전략, 제품은 반드시 하나의 흐름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역시 크리에이터가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나는 왜 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담고 있는가? 그 콘텐츠를 통해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가? 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협업 제안에도 흔들리고, 시류에 따라 방향을 잃기 쉽다. 팬들은 미션이 불분명한 크리에이터에게 오래 머물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안 하기로 한 것’을 먼저 정하는 전략이다. Retro는 좋아요, 공개 피드, 광고를 과감히 배제했다. 이 ‘하지 않음’의 선언이 오히려 팬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었고, 앱의 핵심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크리에이터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돈을 준다고 해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 기준이 곧 브랜딩이다. 콘텐츠 수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어떤 브랜드와는 협업하지 않을지, 누구를 위해 이 콘텐츠를 만드는지. 안 하기로 한 것이 많을수록, 결국 남는 것들은 더욱 단단해진다.
네이선 샤프는 리텐션이란 지표가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고 했다. 크리에이터의 세계도 같다. 콘텐츠를 보고 떠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자극이나 몰입이 아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연결, 내가 이 사람을 계속 보고 싶다는 감정이 핵심이다. 그래서 오히려 느리게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강력한 전략이 된다. 처음에는 좋아요도 구독도 적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연결은 오래 간다. 단기 수치를 쫓지 않고, 관계의 깊이를 설계할 수 있는가. 크리에이터는 그 질문 앞에서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한 문장이 있다. “지표를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라.”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은 ‘이야기 있는 사람’을 따라간다. 실험을 먼저 한 사람, 실패를 나눈 사람, 자신의 관점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온 사람.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토리를 기획하는 일이다. 작게라도 움직이고, 나만의 이유로 만들며, 그 길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오래 살아남는다.
지금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이기려 하고 있는가. 당신에게 성공은 무엇이며, 당신의 팬은 왜 당신을 떠나지 않을까. ‘나만의 방식으로 이긴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콘텐츠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숫자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제품보다 더 복잡하고 더 깊은 전략이 필요하다. 네이선 샤프의 말처럼, 결국 이기는 사람은 먼저 움직이고,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