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비즈니스로 진화 중인 MCN, 다음은?

3 May 2025

IP 비즈니스로 진화 중인 MCN, 다음은?

한때 MCN은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광고를 유치하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기획하는 ‘미디어 중개자’에 가까웠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의 조회 수에 비례해 수익이 분배되고, 플랫폼 정책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던 시절이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되며 플랫폼 중심 수익구조의 불안정성이 드러나자, MCN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크리에이터 IP가 있다. 이제 콘텐츠는 단순히 조회 수를 위한 재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씨앗으로 간주된다. MCN은 더 이상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관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크리에이터가 가진 고유의 세계관, 팬덤, 콘텐츠 유형을 하나의 자산으로 바라보고, 이를 출판, 공연, 굿즈, 커머스, 플랫폼 등으로 확장하는 IP 비즈니스에 돌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키즈, 게임, 서브컬처 영역에서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캐릭터 IP로 전환해 도서, 공연, 애니메이션, 굿즈 사업으로 확장해왔다. ‘백앤아’, ‘뚜식이’ 등의 콘텐츠는 광고 중심 구조를 넘어, IP 기반 수익 다각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뷰티 분야에서는 레페리가 눈에 띈다.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민스코'가 각각 큐레이션한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넘어, 크리에이터가 브랜드의 키 메시지를 설계하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유통 구조의 실험이었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곧 브랜드가 되는 ‘크리에이터 IP의 리테일화’를 실현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MCN이 기존의 ‘광고주–크리에이터–플랫폼’ 삼각 구조를 뛰어넘어, 크리에이터를 콘텐츠 IP의 중심으로 배치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흐름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여전히 많은 MCN 모델은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성장한 이후에 비로소 관리와 수익화가 본격화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산업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보다 선제적이고 구조화된 육성 방식에 대한 시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신생 MCN이나 뷰티·커머스 분야의 크리에이터 기획사들 사이에서, 기획 및 콘텐츠 전략 담당자와 브랜딩 전문가를 전담팀으로 붙여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크리에이터의 콘셉트와 콘텐츠 전략, 팬덤 운영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획형 크리에이터 모델’은 단순한 인재 발굴을 넘어, 콘텐츠 기획, 브랜드 전략, 팬덤 운영까지 통합된 구조 안에서 크리에이터를 ‘IP’로 성장시키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단지 플랫폼에 최적화된 영상을 올리는 존재를 넘어서, 하나의 브랜드이자 콘텐츠 산업의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MCN은 다시 스스로를 정의해야 한다. 채널의 네트워크였던 시절은 지나갔다. 지금은 IP의 인프라이자, 브랜드 육성의 플랫폼으로서 스스로를 진화시켜야 할 시기다. 기획형 크리에이터 모델은 그 진화의 첫걸음이자, 콘텐츠 산업의 다음 무대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