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콘텐츠가 되고, 공간은 플랫폼이 된다

24 Apr 2025

경험은 콘텐츠가 되고, 공간은 플랫폼이 된다 – 크리에이터 시대의 브랜드 체험 전략

2025년 봄, 서울 성수동은 다시 한 번 브랜드 체험 마케팅의 실험장이 되었다. 오비맥주는 얼음 동굴과 폭포를 테마로 한 몰입형 공간 ‘카스 월드’를 통해 브랜드의 청량감을 오감으로 전달했고, 지그재그는 ‘직잭뷰티’ 팝업에서 뷰티 브랜드들과 협업해 오프라인 감각 경험과 디지털 소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무신사는 ‘넥스트 패션 2025’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 가능한 콘텐츠로 구현했다.

이러한 팝업들은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소비자에게 ‘기억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콘텐츠로 연결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경험의 설계와 콘텐츠 확산이 연결되는 방식은 크리에이터 산업의 성장과 함께 더욱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소비의 중심은 정보 전달에서 체험 공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콘텐츠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크리에이터의 해석을 통해 살아 있는 콘텐츠로 발전한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 또한 더욱 유기적인 상호작용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러 크리에이터 중심 팝업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2024년 성수동의 ‘레오제이 셀렉트스토어’는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가 직접 큐레이션한 브랜드와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라이브커머스, 토크쇼, 메이크업 바 등 현장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TRY ME”라는 주제를 통해 새로운 뷰티 경험을 유도한 이 팝업은, 현장에서 크리에이터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콘텐츠와 구매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좋은 사례다.

2025년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 ‘민스코 셀렉트스토어’ 역시 마찬가지다. 뷰티 크리에이터 민스코는 자신이 직접 선별한 29개 브랜드, 54개 제품을 소개하며, 퍼스널 컬러 진단, 오픈 메이크업쇼, 쇼핑 동행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팬들은 단순한 제품 탐색을 넘어, 크리에이터와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에서 보던 경험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주목할 점은,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제작자이자 현장 경험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들과 협력해 촬영 동선, 체험 포인트,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기획 단계부터 함께 구상하고 있다. 단순한 초대형 홍보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에서 함께하는 프로세스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팝업 공간은 점점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소’에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소비자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무대’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브랜드는 자신이 만든 메시지를 완성된 형태로 제시하기보다, 크리에이터가 해석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기반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입체적이고, 관계 지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성수동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팝업 실험들은, 단기적인 마케팅 이벤트를 넘어 ‘경험 경제’를 실현하는 집합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브랜드가 만든 경험을 해석해 스토리로 확장하고, 소비자는 그 스토리를 자신의 기억과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전체 생태계를 설계하는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크리에이터와 소비자의 관계, 오프라인 체험과 디지털 콘텐츠의 연결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전환이어야 한다.

‘어떻게 잘 꾸밀 것인가’에서 ‘어떻게 해석되도록 설계할 것인가’로.
이것이 지금, 브랜드가 크리에이터와 함께 고민해야 할 새로운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