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위기 시대, 크리에이터가 바꾸는 지역관광의 미래

27 Mar 2025


지역 소멸 위기 시대, 크리에이터가 바꾸는 지역관광의 미래

지역 소멸의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산업을 돌파구로 삼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여행사나 언론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에 의존해 지역을 홍보했지만, 이제는 국내외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최근 제주도가 틱톡과 체결한 문화·관광·콘텐츠 업무협약, 동남아 인플루언서를 초청한 팸투어, 유명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의 제천한방엑스포 홍보대사 위촉 등은 이러한 변화의 예시다. 또한 ‘빠니보틀’이 선보인 ‘빠는놈, 까는놈, 즐기는놈’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일반 여행자·지자체 공무원·외국인 게스트라는 여러 시선이 함께 국내 지역을 누비며, 각 관점에서 발견하는 문제점과 매력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시청자에게 신선한 재미와 공감을 안기고 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짧은 팸투어나 단순 브이로그 제작에만 머문다면, 일회성 노출에 그쳐 눈에 띄는 장기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한계도 여전히 지적된다.

지자체와 크리에이터의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리에이터가 가진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광고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면서도, 다양한 세대에게 빠르게 전파되는 특징 덕분에 지역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지역 특유의 문화·관광 자원에 크리에이터의 기획력이 결합되면,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명소나 분야까지 자연스럽게 조명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예산·인력·정책 우선순위가 각기 달라 추진 속도나 범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협업 구조를 마련할 때는 충분한 전략과 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지역 내 이해관계자와의 조율도 필수다. 또한 이미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나 주민들과 상생을 고려해야, 외부 크리에이터가 들어와도 ‘지역 고유의 목소리’를 함께 살려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인 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일정 기간 동안 크리에이터가 지역에 체류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크리에이터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도해볼 만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을 찾아 헤매는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 오히려 ‘슬로우 라이프’나 ‘무해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달 살기와 같은 방식으로 지역에서 겪는 소소한 일상을 차분히 기록한다면, 지역 고유의 멋과 삶의 방식을 더욱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다. 지역 예술가나 장인과의 협업, 숙소·교통수단 지원 등 인프라를 적극 보조한다면 풍부하고 가치 있는 결과물이 도출될 것이다. 또한 지자체와 크리에이터가 공동 기획한 상품·브랜드를 론칭해 지역 특산물이나 공예품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오프라인 프로모션까지 연계한다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도 로컬은 매력적인 기회의 장이다. 대형 도시나 대표 관광지 위주로 콘텐츠가 몰리는 시대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 문화를 발굴해 차별화된 콘텐츠로 만들면 팬덤을 더욱 넓고 단단하게 만들기에도 유리하다. 또한 지자체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으면 촬영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지원되고, 풍부한 로컬 스토리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폭넓은 콘텐츠 스펙트럼을 구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 소멸’이라 불리는 위기는 단순히 산업 규모만 확장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종합적 과제다. 하지만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크리에이터의 창의성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한다면 지역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긍정적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시적인 방문객 유치에 머물지 않고, 지자체와 크리에이터, 나아가 지역 주민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협업 모델을 장기적으로 구축한다면, 그 자체가 지역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런 도전이 쌓여갈수록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협업 사례가 늘어나고, 더 많은 지역이 생동감 넘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